007 노타임투다이, 다니엘 크레이그의 은퇴식!
결론을 먼저 이야기 하면 이 영화는 스카이폴을 뛰어넘진 못합니다.
제가 본 가장 멋진 007영화는 스카이 폴이었거든요. 오프닝부터 끝까지 어디 하나 흠잡을데 없는 제가 본 007 최고의 작품이었습니다. 영화의 초중반 정도까지만 해도 스카이폴에 버금갈 수도 있겠다는 느낌을 받긴했지만 중후반으로 넘어가면서 처지고 지루한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어떻게 영화의 전반부와 후반부가 이렇게 다를 수 있을까요?
냉전시대가 끝나버린 사회에서 007의 의미는 무엇일까요?
그간의 007 인물중에서 가장 개성이 강한 다니엘 크레이그의 마지막 007 영화. [노타임투킬]
그래서 뭔가 굉장한 은퇴식을 기대했었습니다.
영화에서는 54세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어느 청년배우 못지않은 액션을 선보이는 다니엘 크레이그. 벌써 은퇴시키긴 너무 아까운 007이지만 어쩌겠습니까?
이제 007로 은퇴할 나이가 되긴 했죠. 과연 어떻게 007과 작별을 할 것인가 그게 궁금했습니다.
영화의 초반은 좋았다.
초반의 내용은 마들렌의 과거.
스펙터 이후 은퇴한 007이 갑작스런 공격을 받게 되고, 마들렌과 탈출하긴 하지만 007은 마들렌을 의심하며 헤어지게 됩니다. 여기까지의 내용은 엄청난 흡입력으로 스카이폴을 넘어서는거 아닌가 하는 착각을 들게 했습니다.
마들렌에 대한 의심과 헤어짐, 그리고 CIA의 의뢰로 또다른 007과의 만남까지도 '바로 이거지' 하는 느낌을 주기에 충분했습니다.
인상적인 팔로마
조금 아쉬운건 팔로마의 압도적인 섹시함이 너무 잠시 나오고 만다는 것. 이런 캐릭터를 한번 사용하고 말다니요. 뭔가 허술하고 섹시하면서 귀여운 그녀의 행동들을 보자면 요원이라기 보다는 사랑스러운 존재로밖에 보이질 않습니다. 이 영화를 다시 보게 된다면 그건 팔로마를 보고 싶어서일겁니다.
이후 본격적으로 제임스본드가 CIA가 의뢰한 사건을 파헤쳐가는 장면과 빌런을 만나고 마들렌을 구해가는 모든 장면들은 매우 지루했습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로 나왔던 팔로마의 비중을 더 늘렸어야 했는데 오히려 지리한 뻔한 전개만 보여주다니. 다니엘 크레이그의 보조자 여자 007의 역활을 팔로마 했다면 어땠을까 싶을 정도였으니까요.
빌런인가 수도승인가
메인 빌런, 악당 사핀의 등장과 분위기는 좋았습니다. 배우는 보헤미안 랩소디때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로 존재감을 드러내는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이 악당, 사핀은 악당인지 수도사인지 병약해보이기도 하고 찌질해보이기도 하고, 이 캐릭터는 너무 공기만 가득한 인형처럼 느껴졌습니다. 사연은 알겠는데 뭔가 압도적인 존재감이 부족한 역활입니다. 배우의 연기력보다는 캐릭터 자체가 좋지 않습니다. 다니엘 크레이그의 은퇴작이라면 그에 걸맞는 강력한 적이 출현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오히려 더 허술해보이고 수도승같은 적이라니요
일본풍이라니요
게다가 사핀은 일본식 가면에 옷, 그리고 뭔가 일본풍이 풍기는 정원, 다다미. 짜증이 납니다.
감독이 캐리 후쿠나라는 일본계라 그런가봅니다. 영화 곳곳에서 일본색이 많습니다. 일본은 적이다라는 의미심장한 감독의 메시지일까요? 물론 그럴리는 없겠죠. 혹은 매트릭스의 성공을 보며 우리도 일본 애니를 차용해볼까 하는 아이디어를 낸걸까요? 알 수 없습니다. 다만 영화 흐름에 그런 일본풍은 참 뜬금없다는 생각이 들게 했습니다.
지루한 후반부
본격적으로 재미있어야 할 구간부터 이 영화는 너무나 지루해집니다. 적의 본진에 들어가서 총 빵빵 쏘고 다 헤치우네요.
초반에 오토바이 액션같은 멋진 비쥬얼 충격을 왜 후반에 주진 못하는 걸까요? 그리고 충분히 사핀이 007을 쏴 죽일수 있는데 상대에게 기회라도 주겠다는 양 기다려주는 건 뭐죠? 은퇴라고 봐주는건가요?
결과적으로 조금 허무하게 007은 죽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이 너무 지루하고 뻔해서 시계만 보게 됩니다. 신파가 즐비하며 별로 슬프지도 않습니다. 이렇게 멋없게 죽여야만 했냐? 라고 외치고 싶습니다. 이 보다 더 열악한 상황에서도 살아남았던 007인데요. 007을 죽일려고 그냥 다 포기하고 이제 죽자 하는 느낌입니다.
다니엘 크레이그는 그동안 007 역활을 했던 숀코넬리, 로저무어 같은 배우들처럼 신사답고 기름기 좔좔 흐르는 세련된 이미지는 아니었습니다. 새로운 시대의 007로서 탄탄하고 좀더 남성미가 물씬 풍기는 마초같은 느낌이 드는 007이었습니다.
이제 그런 007 다니엘 크레이그의 시대는 끝났습니다. 다음 제임스본드가 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하나는 확실한 것 같습니다. 이전까지와는 좀 다른 007이 등장하지 않을까? 이전보다 IT 능력이 탁월하고 스마트 세대에 걸맞는 능력의 소유자, 총기액션보다는 맨손 액션이 더 잘맞는 007이 등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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